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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파크 원메이크로 강등, “경차라고 절대 쉽지 않아!”
등록 2017-04-18 08:00 | 수정 2017-04-24 14:43

[모터스포츠 롱텀] 9. 스파크 원메이크 레이스로 결정

내 수동 운전을 지켜본 팀장은 한숨을 팍팍 쉬며 말했다.
“아무래도 안 되겠는데?”
“뭐가요?”
“너 그래서 경기 나가겠어?”

그렇다. 우려했던 일이 현실이 되고야 말았다. 바로 팀장의 반대에 부딪친 것. 그래도 완전히 마음이 돌아선 건 아닌 것 같았다. 팀장을 설득하기 위해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국내 아마추어 경기는 ‘핸즈 모터스포츠 페스티벌’, ‘엑스타 슈퍼챌린지’, ‘넥센 스피드 레이싱’, ‘코리아 스피드 페스티벌(KSF)’, ‘코리아 인터내셔널 서킷(KIC) 컵’이 있다. 다섯 경기 중 아베오보다 더 낮은 클래스는 오로지 경차전 뿐. 엑스타 슈퍼챌린지에 ‘스파크 원메이크 레이스’가 있고, KIC 컵에 ‘경차 클래스’가 있다. KIC 컵은 모두 영암에서, 슈퍼챌린지는 모두 인제 스피디움에서 진행된다. 당연히 망설임 없이 슈퍼챌린지를 고를 수 밖에!

“그럼, 아베오 말고 스파크전 나갈까요? 스파크는 그래도 제가 타고 다녀서 차체도 출력도 익숙하고...”
“그래? 스파크 수동은 알아? 탈 만해?”
“아뇨 그건 아니지만… 슈퍼챌린지는 5전이 다 인제 스피디움이예요. 그래도 한 서킷만 계속 연습하는 게 더 쉽지 않을까요?”
“그건 그렇지…”

팀장은 내 말에 솔깃한 것 같았지만, 완전히 넘어온 건 아니었다. 골똘히 생각하던 팀장은 급히 어디론가 전화를 걸며 밖으로 나갔다. 몇 분 정도가 흘렀을까?

“수요일이다.”
“네?”
“스파크 빌렸어. 네가 타는 걸 봐야겠다.”

맙소사. 당장 이틀 후다.

# 스파크 수동 첫 운전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의 스파크를 타보기로 했다. 스파크 원메이크 레이스 참가를 고려 중이라고 하자, 그는 차뿐만이 아니라 바쁜 시간까지 내어줬다.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차에 대한 지식은 물론 풍부한 실전 경험으로 언제나 시승 행사장에서 기자들에게 둘러싸여 질문 공세를 받는 전문가다. 똑같이 취재하러 온 입장인데도 그는 항상 특유의 푸근한 웃는 얼굴로 모든 질문에 친절하게 대답해준다. 수동 운전도 제대로 못 하면서 레이스에 나간다는 철부지가 걱정되었는지, 당장 마감할 원고도 미뤄두고 도와주러 나왔다.


나윤석 자동차 칼럼니스트의 스파크 수동 모델

“긴장하지 말아요, 그럼 안 하던 실수도 하게 돼”

작은 실수도 신랄하게 집어내는 팀장은 뒷좌석에, 팀장보다 훨씬 오랜 경력의 칼럼니스트가 조수석에 앉았다. 긴장이 안 될 수가 없었다. 시동이 켜는 것조차 떨렸다. 기어를 1단으로 밀어 넣고 조심스럽게 클러치 페달에서 발을 슬쩍 떼었다.

“시동 꺼질 걱정하지 말아요, 그냥 확 떼면 돼”
“어... 어? 이 차 클러치 느낌이 없는데요? 어떻게 하죠? 아무 느낌이 없는데요?”
“부드럽죠. 이차는 반클러치 순간의 감각을 찾기 어려워요. 2, 3, 4단은 그냥 발목을 쓰지 말고 다리를 들었다 놨다 ‘탁탁’ 쳐요.”
“네? 그럼 차가 ‘덜컹’대는데요.”
“경차는 힘이 약해서 출력을 떨어뜨리지 않도록 유지하는 게 중요해요. 반클러치를 부드럽게 쓰면 시합 상황에서 가속을 잃어버리는 거예요. 반클러치를 불필요하게 쓰면 안 돼요”

언제나 클러치가 문제다. 시동이 꺼질 거라는 두려움이 늘 있어서일까, 속도를 줄일 때면 클러치 페달에서 발이 떨어지지를 않는다. 첫 코너를 돌아나갈 때,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내 잘못된 운전 방식을 바로 알아챘다.

“자, 2단, 악셀 온, 늦었죠. 온 타이밍이 계속 늦는 거예요. 클러치를 이어도 되는 지 불안한 거고 코너링 도중 뭔가 조작하다가 잘못될까 봐 두려운 거예요. 제동이든 가속이든 뭐라도 해야 해요. 코너를 도는데 기어가 빠져있거나 클러치가 떨어져 있으면 그게 가장 안 좋은 겁니다. 원심력과 관성으로만 가는 건 다시 말해 내가 할 수 있는 게 없다는 얘기죠. 그럼 레이스 도중에 사고 나요”

시동이 꺼지는 걸 무서워하느라 운전 전체를 망가뜨리고 있다. 클러치를 뗀 상태로 차가 움직이는 건 일반 도로에서도 서킷에서도 모두 위험한 행동이다.

“코너 들어가기 전 감속해서 앞바퀴에 무게를 실어주고, 앞바퀴에 접지가 늘어나면 그 접지를 이용해서 코너를 돌고, 코너를 돌고 나서 운전대를 풀면 그때부터 가속 페달을 밟아 나가는 거예요. 제동과 가속 사이에 클러치를 끊는 구간은 없고 기어 변속은 이미 끝났어야 하는 거죠”

아직 일반 도로 코너조차 제대로 못 돌아나가고 있는 거다. 그런데 레이스라니! 뒷좌석에 앉아서 이 모든 광경을 보고 있던 팀장은 계속 한숨만 푹푹 쉬었다. 한적한 직선 도로에서 속도를 좀 내봤다.


어라? 어느새 4천rpm을 훌쩍 넘었다. 소리로는 3천rpm인줄 알았는데

“지금 5천rpm까지 올라갔는데, 몰랐죠?”
“어? 그러게요? 소리가 …”
“3기통 엔진이라서 같은 회전수여도 소리가 작아요. 3천rpm 같으면 실제로 4천rpm이예요. 기통 수가 달라서 생기는 이질감이 있어요”
“아… 제가 투스카니는 소리만 듣고 변속하던 버릇이라…”
“이 차가 몇 rpm에서 어떤 소리를 내는지 알 필요가 있어요. 별로 안 높은 줄 알았는데 벌써 5천rpm이면 레이스 상황에서는 내가 쓸 수 있는 회전수가 얼마 남지 않았다는 거예요. 잘못 판단해서 레드존에 리밋이 걸려버리면 다른 차들이 날 추월해 가는 거지”

나윤석 칼럼니스트는 운전자의 긴장 상태부터 잘못된 운전 습관, 보완점을 비롯해 레이스에 도움이 되는 조언까지 차분하고 편안하게 짚어주고 설명해줬다. 투스카니가 더 예민하니까 상대적으로 스파크 운전이 더 쉬울 줄 알았는데 완전히 다른 얘기였다. 쉽고 어렵고의 문제가 아니라 스파크를 잘 타려면 스파크를 잘 알아야 하는 거다.

나로서는 수동 운전에 대해 배운 유익한 시간이었지만, 내 운전 실력을 살펴본 팀장은 걱정이 깊어진 시간이었다. 이제 와서 아마추어 레이스 참가 자체를 엎을 수는 없는 노릇인데, 스파크로도 제대로 못 달리는 애를 어떻게 아베오 레이스에 내보낸다는 말인가. 결국 어쩔 수 없이 결론이 났다. 사고가 나더라도 피해가 덜한 경차전으로… 그렇게 내가 참전할 경기는 ‘엑스타 슈퍼챌린지 스파크 클래스’로 결정됐다. 강등된 셈이다.


스파크 수동 옵션이라고는 없는 가장 기본 모델의 키. 문 잠금 버튼은 커녕 쉐보레 마크에 노란색 칠 조차 되어 있지 않다.

슈퍼챌린지 개막까지는 한 달여 정도의 시간이 남았다. 급히 경주차로 쓸 수동 스파크를 수배했다. 최대한 싸게 장만하기 위해 중고차를 뒤졌다. 오토도어락도 없고, 파워윈도우도 없어 손으로 돌려서 창문을 열어야 하는 ‘무 옵션’, 소위 ‘깡통’ 스파크를 찾았다. 가격은 매도비까지 모두 포함해 690만원. 나름 선방한 셈이다.

스파크 경기에 나가기 위한 레이스카 튜닝 작업도 하기 전, 주말이 되자 일단 스피디움으로 내달렸다. 과연 수동 스파크로 무사히 스피디움을 달릴 수 있을까?

# 스파크 수동 첫 서킷 주행

지금까지는 항상 인스트럭터가 있는 트랙데이 같은 행사 때만 갔었기에 막상 혼자 가려니 불안했다. 결국 레이스몰 유영선 드라이버에게 도움을 청했다. 언더100 레이스에 도전하는 한국일보 모클팀 함승완 과장께도 함께 가자고 권했다. 마침 바로 다음 주가 경기라며 함 과장 역시 선뜻 따라 나섰다.


스피디움 스포츠 주행 신청 표. 우선 두 세션만 신청했다.

스포츠 주행이 있는 일요일 아침 오전 7시쯤 천천히 집을 나섰다. 스피디움에 도착하니 10시 반이다. 항상 행사가 있을 때만 와봐서 늘 붐비는 모습만 봤었는데 이리도 한가한 풍경은 처음이다. 스포츠 주행을 신청하려고 참가할 세션에 이름을 쓰는데 세션당 참가자가 많아야 10명이 안 된다. 클럽 트랙데이 주행 때는 25대가량이 동시에 달렸었는데.

첫 세션은 유영선 드라이버가 조수석에 타서 직접 스티어링 휠을 잡고 조절해가며 레코드 라인과 스티어링 각을 설명했다. 스티어링 휠을 내가 움직인 상태에서 보정해주니 정확히 어디에서 어떻게 다른지 알 수 있었다. 항상 10번 코너에서 11번 코너로 넘어갈 때 언더스티어가 났었다. 이번에 비교해보니 10번 코너 진입을 처음부터 너무 바짝 붙어서 들어갔던 것, 그러니 11번 코너로 넘어갈 때 하중 이동도 심했던 거다. 19번 코너는 스티어링 휠을 풀면서 나와야 하는데 끝까지 감아뒀던 게 문제였다. 항상 고민하던 부분이 어떤 문제였는지 알게 되자 운전대를 간섭하는 손길 없이 직접 달려보고 싶었다. 제대로 할 수 있을 것 같았다. 그런데, 갑자기 적기가 떴다. 이제 겨우 세 바퀴 돌았는데.

“어? 적기다. 벌써 20분이 끝났어?”
“아니, 10분도 안 지났는데, 사고났나봐.”
“내 5만원이 이렇게 날아가는 거야?”

일단 피트로 복귀하는데, 저 멀리 사고 난 차가 보였다.
‘아, 내 5만원! 너 누구냐!!!’


내 소중한 5만원을 빼앗아간 트랙 동료…

2번째 세션. 이번에는 유영선 드라이버는 참견하지 않고 혼자 아는 데로 달려보기로 했다. 그런데 채 한 바퀴도 돌지 못했는데 적기가 떴다.

“이건 너무하지 않아? 나 지금 10만원 내고 4바퀴 돈 거야?”

다행히 사고차 구난 작업 후 바로 다시 세션을 진행한다는 관계자의 안내를 듣고 피트레인에서 대기했다. 트랙 모양과 기어 변속 시점은 알고 있다. 이번에는 스티어링 휠을 덜 틀고 하중 이동을 줄이기 위해 머릿속으로 계속 코너를 통과하는 라인을 그리며 이미지 트레이닝을 했다.

물론 차의 한계에 대해 파악해서 스스로 레코드라인을 찾아가면 좋겠지만, 개막전이 얼마 남지 않았다. 일단 유리한 라인을 기억하고 그 라인 안에서 한계까지 던져보면서 감을 찾아가는 게 빠를 것 같다고 생각했다. 확실히 코너들을 이을 때 조향각을 줄여서 최대한 직선을 만들어 달리는 게 유리했다. 당연하다. 그래야 타이어 접지면적이 최대한 넓게 유지되고 그만큼 힘을 다 받으니까.

다시 세션이 시작됐다.


10번 코너는 보다 과감하게

“안쪽으로 더 붙어, 저기를 깊게 밟아서 최대한 직선을 만드는 거야”
“여기가 매번 헷갈려, 그래서 맨날 ‘언더’가 나”
“너무 일찍 붙어 코너에, 그러면 나왔을 때 다음 코너 연결하기가 애매해져”

늘 지적 받던 부분. 스티어링 휠을 과하게 조작하고 서둘러서 조향 하는 것. 계속 코너에 일찍 붙고, 감속과 가속도 늘 한 박자 빠르다. 조급한 성격이 문제다.

“액셀 줄이지 말고 쭉 가, 어차피 출력 안 나오는 차”
“... “ (알고는 있지만 남에게 들으니 기분은 좋지 않다.)
“많이 좋아졌어”
“내가 봐도 그런 거 같아” (얼씨구)
“일단 기어 변속 시점하고 감속 시점은 알겠지?”

이제는 어떻게 타야 하는 지는 알겠고, 기록을 단축해볼까? 아무래도 한 세션을 더 타야겠다.

3번째 세션. 이번 세션은 내 차를 포함해 단 3대가 주행했다. 딱 좋은 조건. 기록 단축을 위해 욕심을 내서일까, 바로 유영선 드라이버의 잔소리가 들려온다.

왜 산으로 가…

“언더, 언더”
“알고 있어요”
“뭐 이리 당당해”
“내가 코너를 다 잘 타면 선수지”
“그럼 경기 나가면 네가 선수지!!!!”
“아…”
“... 그 많은 걸 놓쳤는데도 1초 당겼네”

옆에서 당사자보다 더 안달하며 도와준 유영선 드라이버 덕분에 서킷을 타는 라인도 좋아지고 기록도 점점 줄었다. 스파크의 스피디움 1랩 최단 기록은 2분 29초. 투스카니와 같은 기록이다. 한 세션 더 타면 기록이 더 줄 수 있을 것 같았지만, 내일은 월요일이고 나는 출근해야 하는 직장인이다. 아쉬운 마음을 뒤로하고 서둘러 귀갓길에 올랐다.


주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 중

돌아가는 길, 머릿속에서는 온통 다음 연습 주행 계획뿐이다.

‘옆자리에 태운 핸디캡 웨이트가 80kg가량, 스파크 출력을 감안할 때 80kg 차이는 크니까 다음엔 기록이 더 줄겠지? 경기 규정에 맞게 15인치 휠과 타이어로 바꾸고, 다운스프링으로 갈아 끼우면 더 나은 기록이 나오지 않을까? 더군다나 이번에는 속도를 더 낼 수 있을 거 같은데도 옆자리에서 계속 말렸으니까. 아, 이번에는 트랙션 컨트롤을 안 껐네. 다음엔 끄고 달려봐야지? 전복되면 어쩌지? 롤케이지를 달고 가야겠다, 아 롤케이지 무게는 얼마지?’

경기 중 다른 참가자들과 비슷한 수준으로 달리려면 아직 한참 멀었다. 최소한 두 번 이상은 더 와서 연습해야 할 것 같다. 이번 연습 주행에 들어간 비용은 대략 30만원. 스포츠 주행 3세션 15만원, 왕복 주유비와 식비, 톨게이트비가 15만원 정도. 두세 번 더 다녀오면 한 달 생활비를 훌쩍 넘어서겠지만, 조금도 아깝지 않다. 다른 지출을 더 줄여서라도 한 번이라도 더 서킷에서 달리고 싶다. 아, 이래서 서킷이 마약이라고 하나 보다.

[영상] 박기자 스파크 수동 첫 운전부터 서킷 주행까지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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