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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동 ‘초짜’ 기자, 운전 3주 만에 서킷 도전하다
등록 2017-04-07 08:00 | 수정 2017-04-08 10:59

[모터스포츠 롱텀] 7. 투스카니, 스피디움 서킷 주행

투스카니를 사고 수동 운전을 시작한 지 3주째 되는 주말, 인제 스피디움에서 두 번째 클럽 트랙데이를 진행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곧바로 참가를 신청했다. 누가 봐도 아직 초보자인 주제에 겁도 없이 서킷을 가겠다니! 어떻게든 탈 거라며 아무 생각 없는 나와는 다르게 주변에서 더 난리였다. 몸도 성치 않은 고령의 ‘할아버지’와 이제 막 걸음마 뗀 어린애를 물가에 내놓은 심정이라며! 초보 운전자도 문제였지만, 할아버지 투스카니도 걱정되긴 마찬가지란다.

“투스카니 점검은 하고 구매한 거야? 엔진 오일은 있어? 중고차 팔면서 오일 교환해놓는 경우는 없어. 일단 가게로 가지고 와봐”

‘110만원짜리 차에 뭘 하냐’며, ‘서킷에서 투스카니 퍼지면 놓고 오면 된다’고 농담 반 진담 반 큰소리 치다가 결국 서킷 가기 전 간단한 점검은 해보기로 했다. 지난번 스파크로 참가한 첫 번째 스피디움 클럽 트랙데이 행사 때 알게 된 라온레이싱팀 최헌호 감독의 가게를 찾았다.

“엔진 오일 있다니까, 살 때 다 확인해 봤지”
“없는데? 전혀 없는데?”


엔진오일 잔량 확인, 노즐에 묻어나오는 오일이 없다!

아, ‘선무당이 사람 잡는다’ 했던가! 항상 어설프게 아는 게 문제다. 어디서 본 건 있어서 엔진오일 노즐을 뽑아 확인은 했는데 방법이 틀렸다. 처음 노즐을 뽑았을 때 묻어 있는 건 오일을 가득 채웠을 때 묻었거나, 주행하며 흔들려서 묻어있는 것. 제대로 확인하려면 게이지를 닦고 다시 꼽았다가 빼서 확인했어야 했다. 제대로 모르는 걸 다 안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위험한 게 또 있을까! 더군다나 자칫 생명을 좌지우지 할 수도 있는 자동차에 대해서 말이다. 또 다시 부끄러워지는 순간이다.


엔진 오일 필터

엔진 오일을 새로 넣기 위해 기존에 들어있던 엔진 오일을 제거해보니, 1리터도 안 남은데다 오일은 새까맣게 변해있었다. 진득하게 붙은 슬러지를 머금은 오일 필터도 가관이었다. 덕분에 잔유를 제거하고 꼼꼼하게 지저분한 오일을 빼 내느라 오랜 시간이 걸렸다.


브레이크 용액 수분도 확인, 가득이요!

설상가상 더 큰 문제는 브레이크 용액이다. 진한 갈색으로 변해 엔진 오일이라고 해도 더럽다고 할 정도. 더구나 수분까지 잔뜩 머금고 있었다. 막상 중고 투스카니의 상태를 확인하니 등에 식은땀이 흘렀다. ‘아, 나 정말 죽을 뻔 했구나!’ 다시 한 번 떠오르는 말, ‘무식하면 용감하다’


휠을 빼낼 수 없어, 차 아래에서 브레이크 오일 제거 작업을 해야 했다

브레이크 용액을 빼내야 하는데 “맙소사” 휠 너트가 7각이다. 맞는 복스가 없어 결국 휠을 빼지 못하고 브레이크 액 제거를 할 수 밖에 없다. 리프트로 차를 높게 뜬 다음 한 사람은 아래로 들어가 브레이크 액을 빼낼 호스와 통을 연결한 뒤 잡고, 다른 사람이 차에 타서 브레이크 페달을 열심히 밟아가며 용액을 밀어냈다. 고생 고생 이런 고생이 없다. 볼 거 없다며 큰 소리 쳤던 게 어찌나 민망하던지.


깨끗해진 엔진룸. 서킷에 가기 전 차량 점검은 필수

클러치 용액까지 싹 다 교환하고, 엔진룸까지 깨끗하게 청소하는 걸로 투스카니 서킷 출격 준비를 마쳤다. 미안해서 엔진룸 청소는 하지 말라고 말렸지만, 서킷 타다 차에 문제 생기면 상태가 깨끗해야 어디가 문제인지 찾을 수 있다며 꼼꼼하게 닦아줬다. 정말 고마운 일이다.

집에 돌아가는 길, 오일과 용액 교체의 효과는 바보라도 단박에 알아챌 만큼 크게 티가 났다. 부족한 운전 실력에 차까지 문제였던 거구나!


스피디움 클럽 트랙데이

드디어 스피디움 클럽 트랙데이 당일. 이번에도 하루 전날 가는 건 포기하고 새벽같이 일어나 인제로 향했다. 아침도 챙겨먹고 늑장을 좀 부렸더니 시간이 훌쩍 지났다. 도착했을 때는 내가 속한 오토미디어 클럽의 첫 주행이 시작되기 30분 전이었다. 정말 아슬아슬하게 도착했다.

지난 번처럼 서킷 진입에 앞서 오토미디어 이정헌 대표가 서킷 내 안전 및 추월 규칙에 대해 설명했다. 주행 전 교육이 끝나자마자 바로 서킷에 들어갈 준비를 했다. 투스카니에 실려있던 잡다한 짐을 빼고, 안에 카메라를 달고, 헬멧 쓰고, 장갑도 끼고.


인제 스피디움 클럽 트랙데이, 오토미디어 피트

# 1세션

아무리 막무가내인 나지만 투스카니와 서킷에 들어가는 건 꽤 긴장됐다. 최헌호 감독에게 첫 주행은 부탁할 참이었다. 그런데 그는 클럽 트랙데이 인스트럭터인지라, 내 차를 타고 서킷을 돌아볼 여유가 없었다. 결국 직접 투스카니 운전대를 잡고 서킷에 들어갔다. 극구 사양했지만, 혼자 내보내기엔 걱정된다며 루키런팀 정래상 드라이버가 조수석에 동승했다.

“시동 걸어요, 아~ 무서워”
“그렇죠? 무섭죠? 누굴 죽이고 싶지는 않은데… 저 아직 시동도 꺼트려요, 기어 변속도 잘 못하는데… 그냥 혼자 다녀올게요”
“괜찮아 안에 들어가면 안 꺼져”

“기어 몇 단 넣어요? 3단인가?”
“왼쪽 깜박이 켜고”
“네네, 근데 기어는요?”

시끄러운 투스카니 소음에 헬멧까지 쓰고 있으니 서로 제대로 의사소통 하기도 힘들다. 내 말은 들은 건지 못들은 건지 대답도 없다.

“제동- 스톱- 악셀- 제동-, 아니, 지금 기어 변속 안하고 있잖아”
“그러니까 기어 변속 할 타이밍을 알려 줘야죠. 지금 그거 때문에 옆에 앉혀 놓은 건데!!”

“제동, 제동, 제동, 2단~”
“2단이라고요?”
‘컥-컥-’ (기어 변속할 때 난 소리)
“아이고 얼씨고?
“지금은 2단이예요, 3단이예요?”
“아니야 그냥 가!!!”

이건 뭐 순발력 테스트도 아니고! 시끄러워 소리도 잘 안 들리는데 상황이 닥칠 때 마다 갑작스럽게 ‘가속, 제동, 인, 아웃, 기어 단 수’까지 복합적으로 말하니 정신이 더 없다. 이미 외우고 있는 줄 알았던 레코드 라인은 또 무너지고, 갑자기 기어를 바꾸려니 차는 울컥대고. ‘아오, 차라리 혼자 탈 걸 그랬어!’

“제동, 턴, 가속, 가속, 가속, 풀, 인으로”
“뒤에 차 오잖아요”
“비켜준다고 꼭 제동을 할 필요 없어. 가속을 하라고, 가속을!”
“흥분하지 말고, 천천히 가면 되지”

기어 변속부터 제동, 가속 시점까지 계속 쉴 틈 없이 말을 한다. ‘기어 변속을 잘 못하니 꼭 해야 하는 곳에서만 하고 일단 레코드 라인을 기억 하자’며, ‘기록은 신경 쓰지 말자’고 말해놓고는 가속 안 한다고 구박하고, 이렇게 가면 기록 안 나온다고 성화고. 나도 참 정신 없는 와중에 말대꾸는 따박따박 한다. 덕분에 긴장은 덜 했을지도 모르겠다.

계속 다른 차에게 자리를 내어주고 비켜주고, 아슬아슬 옆으로 차가 스쳐 지나가는 경험까지 하고서 첫 세션이 끝났다. 지금까지 트랙을 타 본 중에 가장 길게 느껴지고 정신은 없던 경험이었다. 동승했던 정래상 선수는 내리자마자 ‘죽을 뻔 했다’며 우는 소리다. ‘저야말로 정신 없어서 제대로 못 탔거든요!’ 내려서도 만담은 계속됐다.

‘안되겠다. 다음 세션은 꼭 다른 사람이 타는 걸 봐야겠어.’

# 2세션


투스카니 엔진룸 아래에서 오일 발견. 원인을 찾기 위해 차 아래로 들어간 최헌호 감독

다행히 레이스몰 유영선 드라이버가 투스카니로 시범을 보여주기로 했다. 편안한 마음으로 조수석에 앉았는데, 갑자기 밖이 소란스럽다. 투스카니 시동을 켜자마자 바닥에 ‘오일’이 쏟아진 것. 급히 다른 사람의 잭을 빌려 차를 들어올렸다. 최헌호 감독이 차체 아래로 누워 들어가 확인해 보고는 파워 스티어링 오일이 샌 것 같다고. 데려올 때 새는 건 알고 있었지만, 분명 미세 누유였는데. 곧 우리 클럽의 세션이 시작된다. 일단 파워 스티어링 오일통 캡 위에 목장갑을 끼워 놓고 피트 레인에 줄을 섰다.

유영선 드라이버가 직접 주행하며 다시 라인을 설명했다. 어디서 가속하고 감속할지, 어느 포인트에서 기어를 바꿀지 술술 얘기했다. 포인트마다 반복 주입. 기어 변속 시점은 최소한으로. 그가 내 투스카니로 서킷을 한 바퀴 돈 기록은 2분 14초대. 이를 바탕으로 설정한 내 목표는 2분 30초대. 차 상태가 좋지 않아 무리하지 않기로 했다.


열심히 달리고 돌아와 피트에서 다함께 엔진 열 식히는 중

# 3세션

드디어 투스카니로 단독 서킷 주행에 도전할 시간이다. 걱정되는지 최헌호 감독과 유영선 드라이버가 시트 포지션부터 거듭 다시 확인하며, 트랙 지도를 놓고 코너마다 몇 단으로 들어가야 하는지 계속 변속 시점을 설명하고 또 설명했다. 마지막 코너 통과하고 1번 코너 들어가기 직전 직선 주행 때 4단까지 올려주고, 1번 코너를 앞두고 속도를 줄여서 3단으로 빠져나가고 4번 코너 전에 2단으로, 다시 5번 코너를 앞두고 3단으로 올리고! 이후는 내리막이니까 그냥 3단으로 쭉 나가면 된다고. 그 후에는 쭉 3단으로. 다시 내리막 헤어핀 구간인 16번 코너 진입 전에 다시 2단, 그 후에 17번 코너 빠져나가면서 회전수 봐서 다시 3단. 어쨌든 변속은 최소한으로. 일단 이렇게 하면서 주행 라인에 더 신경쓰기로 했다.

평소에는 3천 알피엠으로 달리지만, 레이스는 6천까지 쓴다고 생각하라는 조언도 덧붙였다. 머리속으로 계속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고 차분히 피트 레인으로 진입했다.

“서두르지 말고”
“전 처음부터 서두를 생각이 없었는데….”
“천천히”
“네 그럼요 전 천천히 달릴 거예요”

왈칵 파워 스티어링 오일이 쏟아진 후, 오히려 전에 이상할 정도로 헛돌던 스티어링 휠이 좀 나아졌다. (다음날 카센터에 가서 파워 스티어링 오일통을 수리하려고 보니 이렇게 쏟아내고 난 후가 정량이었다고...)

기어 변속 시점에 대한 걱정과 불안함이 없어선지, 머릿속으로 이미지 트레이닝을 한 덕분인지, 크게 당황하거나 주저하는 일 없이 나름 안정적으로 레코드 라인을 따라 서킷을 달렸다. 확실히 첫 번째 주행보다는 뒤쫓아오는 차에게 자리를 비켜주는 일이 적었다. 3단에서 2단으로 변속하는 시점에 차게 심하게 울컥거리는 것만 제외한다면, 꽤 만족스럽게 달렸다.

‘딱 한 바퀴만 더 돌자’하고 1번 코너로 진입하자 마자 적기가 떴다. 어디에 차가 서있을지 모르니 조심스럽게 ‘살살’ 타야겠다 싶었는데, 이런 생각이 오히려 더 위험했다. 감속도 ‘살살’했기 때문! 결국 내리막 구간인 5번 코너를 충분히 감속하지 못하고 진입, 언더스티어가 발생해 트랙 바깥쪽으로 차가 빠졌다. 급격한 조향이나 제동은 오히려 위험할 수 있을 거 같아 조향은 하지 않고 브레이크 페달만 살며시 밟으며 ‘드드드드’ 연석 위를 달리다, 충분히 속도가 줄은 것 같아 브레이크에서 발을 떼고 왼쪽으로 살며시 스티어링 휠을 돌렸는데, ‘어어어’ 눈 깜박 할 사이에 트랙을 가로질러 반대편인 코너 안쪽 잔디밭으로 빨려 들어갔다. ‘헉, 이건 또 무슨 일이야?’. 결국 잔디밭 메고 왔다. 지나가는 차 들도 다 봤을텐데. ‘아우, 창피해’


트랙을 벗어났던 흔적

피트로 돌아오니, 투스카니 오른편 앞뒤 타이어와 뒷 휀더에 잔디와 흙이 마구 들어차 있었다. 다들 ‘밭 메고 왔냐’며 놀리기 바빴다. 마지막 랩을 트랙을 벗어났지만 그래도 이전까지는 나름 잘 탔다고 생각했다. 조금은 기대하며 랩타입 기록을 확인하는데, ‘폰더’가 안 찍혀 내 주행 기록이 없었다. 내 것만! 분명 앞선 두 세션은 잘 찍혔는데 왜 이런 건지. 인캠으로 보면 대충 랩당 기록은 알 수 있을 거라고 스스로를 달랬다.

3세션 주행 영상을 확인해 본 결과는 2분 29초. 뒷 유리에 인캠을 설치한 덕분에 실내는 잘 보이는데 밖이 잘 안 보인다. 중간중간 다른 차를 피한다고 손해 본 시간이 많아서, 섹터별로 기록을 알고 싶었는데, 인캠 영상으로 확인하기는 불가능했다.

# 4세션


4번째 세션. 폰더 인식이 안되서 기록이 없다.

4번째 세션은 꼭 폰더가 잘 인식되길 바라며 위치를 바꿨다. 절대 찍힐 수 없는 위치로…. 폰더는 바닥으로부터 60cm 이하 높이에 설치되어야 인식된다. 나는 왜 하이패스처럼 창문에 놓아야 한다고 생각했을까. 당당하게 송풍구 앞 핸드폰 거치대에 폰더를 끼워놓았다. (나중에 이 사실을 알고서 4세션 인캠을 보는데 얼굴이 어찌나 화끈거리던지)


마지막 세션 시작 전, 피트 레인 대기 중

다시 한 번 단독 주행이다. 전 세션에서 곧잘 타고 들어왔다며, 이번엔 주변에서 별로 걱정 하지 않았다. 이번 세션 목표는 3단에서 2단 변속 자연스럽게 하기! 전에 선배가 알려준 방법을 써보면 될 것 같았다. 2단으로 낮추기 전 클러치 페달을 밟은 상태로 가속 페달을 밟아주며 회전수 보정하고 변속해야지. 과연 잘 될까?

결과는 성공! 어설프나마 순간적으로 ‘힐앤토’가 된 것 같다. 당연한 결과겠지만, 나름 고민을 거듭한 결과라 기뻤다. 더 안전하고 확실한 다른 방법도 있었다. 충분히 브레이크 페달을 밟아 2단에 맞게 속도를 낮춰주는 것. 하지만 손해가 너무 큰 것 같았다. 방법은 알았으니 몸이 익힐 차례다. 서킷 한 랩을 돌면서 테스트 해 볼 수 있는 구간은 5번 코너와 16번 코너 진입 때 단 두 번뿐. 아, 여기만 반복해서 연습해보고 싶은데 ...

다섯 바퀴 정도 돌자 타이어 상태가 점점 이상해지는 것 같았다. 연습을 더 해보고 싶었지만, 무리하지 않고 바로 피트로 복귀했다. 타이어가 닳았을 거라고만 생각했지, 다른 문제가 있을 거라고는 생각하지 못했다. 트랙 밖으로 벗어났던 3세션 때도 멀쩡했으니까. 분명 4세션 들어가기 전 타이어 공기압 확인하고 맞춰놨는데, 4세션 주행 후 오른쪽 앞 타이어만 유난히 공기압이 떨어진 게 이상하긴 했지만, 별 일 아닐 거라고 넘겼다.

이때만해도 닥쳐올 시련은 상상도 못했다. 이것이 귀갓길 끔찍한 사건의 서막이었을 줄이야 …

수동 초보 박혜연 기자, 스피디움 클럽 트랙데이 서킷 주행 영상



박혜연 기자 heyeun@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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